국내 대표기업 올해 임직원 성과급 역대규모
  •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기아 ‘빅3’ 역대급 실적의 귀환
  • 1인당 평균 1억원 대 유례 없는 성과급 폭탄에 내부는 축제 분위기
  • 내부 임직원끼리 성과급 파티 와중 정작 주주들은 뒷전… 밸류업 과제 남아

2026년 새해 초 대한민국 경제계는 ‘역대급’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글로벌 경기 불황의 파고 속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등 국가대표 기업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시장을 압도하며 사상 초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호실적은 곧바로 직원들을 향한 ‘성과급 파티’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한 주주들을 위한 보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슈퍼 사이클’이 만든 사상 최대 실적

지난해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한 것은 단연 반도체와 자동차였다. AI(인공지능) 인프라 확대로 인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2의 슈퍼 사이클’을 선물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시대를 열었으며,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 45조 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제네시스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합산 영업이익 30조 원’ 시대를 굳건히 하며 코스피 4,800선 돌파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이러한 호실적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AI 반도체의 세대교체와 전기차·하이브리드 시장의 지배력 강화가 지속되면서, 이들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발 관세 위협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낸 점은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한 단계 격상되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연봉의 절반 혹은 1억 원 이상”… 현실이 된 성과급 대박

실적의 과실은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삼성전자는 16일, 반도체(DS) 부문에 연봉의 47%, 모바일(MX) 부문에 최대치인 50%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을 확정했다. SK하이닉스는 더욱 파격적이다.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새 산정 기준에 따라 1인당 평균 1억 3,600만 원 수준의 PS(초과이익분배금)가 추산된다. 이에 자극받은 기아 노조 역시 “최대 실적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을 하라”며 특별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는 등, 산업계 전반에 성과 분배를 둘러싼 열기가 뜨겁다.

국내 대표 기업 3대장의 2025-2026년 기업현황을 소개한다

이러한 잔치로 내부 갈등도 포착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모바일 부문이 ‘50% 육박’하는 성과급을 받는 반면,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가전(DA) 및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은 12%에 그치며 사업부 간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기아 역시 노조가 작년 임단협 합의안 외에 별도의 ‘특별 성과급’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사측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명분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비용 관리 사이의 숙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성과급 잔치에 소외된 주주들… “진정한 밸류업은 어디에?”

그러나 시장의 시선이 모두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기업들이 수십조 원의 이익을 내고 수조 원을 성과급으로 지출하는 동안, 주주환원 정책은 여전히 ‘게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직원들이 억대 성과급을 받을 때 주주들은 배당금 몇 퍼센트 인상에 감지덕지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나 SK하이닉스의 주주 참여형 성과급 모델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미국 등 선진국 시장과 비교하면 이익 대비 주주 환원율은 현저히 낮다는 평가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기대만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미흡한 거버넌스’를 꼽는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며 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다수 소액 주주들은 보다 과감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그리고 예측 가능한 배당 성향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성과가 내부 구성원의 보상으로만 집중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인 주주 경시 풍조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2025년의 호실적이 2026년 주식 시장의 장기적인 호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과급 잔치’ 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의 성장을 믿고 기다려준 주주들에게 실적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주주환원’이 실행될 때, 대한민국 기업들은 비로소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열쇠는 이제 성과급 봉투가 아닌, 주주를 향한 전향적인 보상안에 달려 있다.

이진주 디어그로뉴스 기자 (theagr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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